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내 주식 가치가 사상 처음으로 900조 원을 넘어서며 921조 6,090억 원(약 6510억 달러)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3개월 연속 순매수와 코스피가 지난달 3,200선을 돌파하는 강한 상승세 덕분이다.
금융감독원이 8월 7일 발표한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 주식(코스피와 코스닥 포함)의 총 시가총액은 921조 6,090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27.7%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673조 7,470억 원과 비교하면 37%가량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수 규모도 눈에 띈다. 7월 한 달간만 해도 외국인은 3조 4,11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이는 5월 2조 1,000억 원, 6월 3조 700억 원 순매수에 이은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올해 4월까지는 9개월 연속 매도세를 보였던 점과 대조된다.
7월 순매수 국가 중 미국이 2조 4,8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아일랜드(7,650억 원), 룩셈부르크(7,000억 원), 케이먼제도(6,800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케이먼제도 등 이른바 ‘조세 회피처’로 알려진 지역이 국내 증시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한 점이 주목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외국인 매수세의 배경으로 새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달러 약세로 인한 비(非)미국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 수요 확대를 꼽았다.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올해 코스피는 7월 말까지 35.26% 급등해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대한 부정적 반응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개편안에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이 기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아지고, 배당소득세 최고 세율을 38.5%까지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에 JP모간과 씨티은행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세제 개편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는 기업 실적 개선과 추가 외국인 자금 유입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 발표 다음 날 외국인들은 하루에만 6,540억 원 규모의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지수는 4% 가까이 급락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아이엠투자증권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자금이 한번 유입되면 보통 1년가량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성장 동력 강화와 실적 개선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다면 외국인 자금 유출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도 6개월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상장채권을 12조 8,160억 원 순매수했고 9조 8,160억 원을 상환해 순투자액은 3조 원에 달했다. 7월 말 기준 외국인의 채권 보유액은 307조 7,410억 원으로, 주식 보유액과 합산하면 총 외국인 투자액은 사상 최대인 1,229조 3,500억 원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