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내부에서 불거진 권력 다툼이 본격화되면서 정부와 국회, 재계까지 발칵 뒤집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공개적으로 맞서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두 사람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선이 우선"이라며 상법 개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이 원장은 적극 찬성하며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거부권 행사 자제'를 요청하는 의견서까지 제출했다.
갈등은 더욱 심화되어 매주 열리는 경제 주요 4인(F4) 회의에서도 이 원장이 불참하는 등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평소 사실과 다른 추측에 즉각 반박하던 이 원장이 이번 사태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법적 권한도 없는 금감원장의 과도한 입법 간섭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강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사 시절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며 직격탄을 날렸고, 유상범 의원도 "월권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오히려 공개 방송에서 상법 개정안 지지를 재차 강조하며 당국의 거부권 행사를 경계하라고 으름짓는 등 독단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주주 보호 강화 측면에서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지만, 소관 부처 장관도 아닌 인물이 정부와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혐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발걸음이다.
금융계에서는 이러한 행동 배경으로 오는 6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치적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설령 정치 진출 의도가 없더라도, 협치가 절실한 현 시점에서 정책 결정 과정에 혼란을 조성하는 것은 분명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
'왕관의 무게를 견�내라'는 말처럼 공직자는 자신의 말 한마디가 시중에 미치는 영향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책임지는 최고 감독기관 수반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지금처럼 감독기관 수반 스스로가 리스크 요인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