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며, 이제는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까지 엄격한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로써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인텔과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 AI 반도체를 수출할 경우 사전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존 고성능 칩뿐만 아니라 성능을 일부러 낮춘 '저사양 버전' 제품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시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H100의 성능을 낮춘 H20 모델을 중국 시장에 공급해온 것이 문제가 됐다"며 "중국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제품으로도 고성능 AI 모델을 구현하자 미국 당국의 경계심이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의 반응은 예상보다 강경하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우리는 갈등을 원하지 않지만, 어떤 도전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성명서를 통해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가 경제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하며 무역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달라진 양국의 분위기가 눈에 띈다. 2016~2019년 당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대량 구매 등 화해 조치를 취하며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길 바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전략이다. 시진핑 주석이 최근 동남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내부에서 현재 상황을 '현대판 장정(長征)'으로 비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30년대 중공군의 역사적인 대장정처럼, 기술 자립화 과정 역시 험난하지만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다.
실제로 지난 7년간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는 가파르다. 정부의 막대한 투자 아래 CXMT(창신메모리), YMTC(양�메모리), SMIC(중심국제)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급성장했으며, 최근에는 설계부터 생산·검사까지 전 공정 자립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무수히 많은 회사들이 생겨났지만 지금은 진짜 실력 있는 기업들만 살아남았다"는 한 업계 전문가는 이를 두고 "마치 장정 과정에서 약한 병사들은 도태되고 정예 부대만 남았던 역사와 닮았다"고 평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첨단 장비 분야에서의 진전이다. 일각에서는 5~7나노급 초미세 공정 구현 능력조차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예상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만약 미·중 간 기술 블록 형성이 본격화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