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고민이 깊어만 갑니다. 정부와 소통한다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고, 양측의 입장 차이만 점점 더 벌어지고 있어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의 한탄이다. 이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던 석화 산업이 이제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실적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주요 석화 4사(LG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누적 영업손실은 무려 1조 1950억원에 달했다. 업계 리더인 LG화학은 5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으며, 롯데케미칼은 이미 3년 연속 적자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정부는 체질개선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저부가가치 기초제품 중심에서 고급 스페셜티 제품과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도 뚜렷한 진전은 없다. 일부 기업들이 구식 설비 매각을 시도했으나 투자금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 제안만 들어오면서 결국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양측의 고민은 날로 깊어만 간다. 기업들은 확실한 정책 뒷받침 없이는 과감한 투자를 꺼리고, 정부 역시 전체 제조업 위기 속에서 특정 업종만 우선 지원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정치적 혼란까지 겹치며 관료들의 책임회피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위기를 맞았지만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진전 없는 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는 사이 결정적인 기회는 점차 멀어지고 있다. 특히 중동계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위험성이 높아져 위기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역사가 반복될 조짐이다. 1970년대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섬유산업이 기술 발전에 실패하며 중국 등 저비용 생산국에 시장을 내준 아픈 경험이 떠오른다.
현재 석유화학 업계도 동일한 교차로에 서 있다. 중국의 과잉 설비와 값싼 제품 공세로 인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