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5번 출근, 실수령 2400만 원.”
직장인에게는 현실감 없는 조건처럼 보이지만, 이 파격적인 제안에도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직군이 있다. 바로 응급의학과 전문의다. 전공의 복귀로 의료 현장의 긴장 국면은 일단락됐지만, 응급의학과 인력 부족 문제는 오히려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2026년도 응급의학과 전공의 모집 결과, 정원 160명 가운데 지원자는 106명에 그쳤다. 지원율은 약 66% 수준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지원자가 600명 안팎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감소다. 지난해 지원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그보다 더 감소해 과거 대비 3분의 1 수준까지 내려왔다.
전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 수련 병원을 대상으로 한 긴급 조사에서, 응답한 병원 다수는 신규 전임의 지원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대형 병원을 포함한 상당수 의료기관이 ‘지원자 0명’ 상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병원은 인력 확보를 위해 근무 조건을 극단적으로 완화했다. 한 종합병원은 한 달에 5일만 근무하는 방식에, 세전 기준 월 3400만 원 수준의 보수를 제시했다. 실수령액은 약 2400만 원에 달하며, 연 단위로 환산하면 수억 원 규모다. 하루 근무 기준으로는 400만 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지만, 이 공고 역시 수개월째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보수 인상만으로는 응급의학과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업무 강도와 예측하기 어려운 근무 환경, 법적 부담, 장기적인 커리어 불안정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증 환자가 집중되는 현장 특성상, 정신적·신체적 부담이 누적되기 쉽다는 점도 지원 감소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응급의학과 인력 문제를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진료과에만 한정된 지원 방식이 아니라, 응급의료 전반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비하고 지역 간 인력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의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단기 처우 개선을 넘어,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체계 개편 없이는 인력 공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높은 보수에도 사람이 오지 않는 직군’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은, 응급의학과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숫자로 드러난 지원 감소는 단순한 인기 하락이 아니라, 의료 현장의 구조적 부담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